1 :2013/03/26(火) 03:12:24.80 ID:TG+0vDuv0
・망상 전개.
・단편을 몇개 쓸 예정.
외톨이 하베스트
3 : 2013/03/26(火) 03:14:31.79 ID:TG+0vDuv0
나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모두에게 『못생긴 녀석』에다 『바보』라고 불렸다구.
한자도 어려워서 잘 못 쓰겠고,
산수는 조금만 생각해도 금방 머리가 핑핑 돌아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구.
운동도 나는 잘 못해서, 달리기를 해도 언제나 꼴찌였다구.
술래잡기에서 내가 술래가 되면 「시게치는 느리니까 술래잡기가 전혀 안 되잖아」 라는 말도 들었다구.
그때는 내가 지금보다 더 바보였으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몰랐었지만…….
그런 나한테도 아빠 엄마는 시게치는 착한 아이니까 이대로도 괜찮다고 했다구.
착하다는 게 뭐야? 하고 내가 엄마에게 물었더니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구.
「그건 말이야,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할 수 있다는 거란다.」
「『착하다』 라는 글자는 『훌륭하다』 라고도 읽는단다. 착한 너는 누구보다도 훌륭한 사람이야.」
난, 역시 잘 모르겠다구.
4 :2013/03/26(火) 03:15:05.81 ID:TG+0vDuv0
어느 날, 나에게 『친구』가 한 사람 생겼어.
그 녀석은 엄청 머리가 좋고, 달리기도 빨라서 모두의 인기인이었다구.
시험은 언제나 백점이고, 『나쁜 일은 정말 싫어』가 입버릇이었던가아~.
나는 그녀석한테 많은 걸 배웠다구.
한자를 모르겠다고 하면 같이 받아쓰기를 해줬고,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산수 공부도 돈에 비유해서 알기 쉽게 가르쳐 줬다구.
나, 왠진 모르겠지만 돈 계산만은 잘했으니깐 굉장히 힘냈던 기억이 나.
같이 놀아도 줬다구.
내가 『놀자』 라고 하면 모두가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는데,
그 녀석만은 싫은 내색하지 않고 『그래』 하고 웃어줬다구.
엉겁결에 『지, 진짜?』 라고 물었더니 『친구잖아?』라고 그 친구는 말했다구.
그런 것뿐이지만, 그런 것뿐이었지만,
나는 너무 기뻤어.
5 :2013/03/26(火) 03:15:43.71 ID:TG+0vDuv0
또 어느 날, 그 녀석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구.
내가 『왜 그래?』 하고 물었더니, 그녀석은 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
「시게치. 실은……」
얘길 들으니깐 실은, 걔네 엄마가 엄청 아픈 모양이다구.
낫기가 너무 힘든 병이라서 이대로 두면 죽을 거라고 했다구.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그 녀석은 울었어.
엄마의 병을 고쳐주고 싶어, 하지만 고치는데 『돈』이 부족하대.
조금이라도 『돈』이 필요하대.
「나, 나는……」
나는 그 녀석을 도와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구.
친구의 우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구.
6 :2013/03/26(火) 03:16:21.11 ID:TG+0vDuv0
「자, 잠깐만 기다리다구!」
나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서 저금통을 엎었다구.
도중에 아빠가 『왜 그래, 시게치?』 라고 물어봤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구.
그리고 나온 돈을 있는 대로 들고 가서 걔한테 줬다구.
「이 돈, 너한테 주겠다구.」
걔는 깜짝 놀란 얼굴로 못 받겠다고 했어.
그래도, 나는 억지로 줬어.
나는 아빠 엄마를 엄청 좋아한다구.
만약…… 그 사랑하는 아빠랑 엄마가 병에 걸려 죽는다면…… 나는 분명히 너무너무 슬플 거니까.
『고마워, 시게치』
나, 『착한 사람』인 거야?
그 녀석은 나를 향해 생글생글 웃어 주었다구.
7 :2013/03/26(火) 03:17:12.87 ID:TG+0vDuv0
「아~아, 정말 바보구나 그 녀석. 엄마가 아프다는 걸 진짜 믿는 거야?」
「좋은 돈줄이지. 친구? 뭐,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8 :2013/03/26(火) 03:18:10.82 ID:TG+0vDuv0
어느 날 학교의 로커에서 우연히 들어버린 그 녀석의 말.
그 말이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어.
「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중한 돈을 속아서 빼앗긴 것도 분했다구.
하지만, 제일 분하고 슬펐던 건…….
그건 나를 『친구』가 아니라고 했던 거였다구.
9 :2013/03/26(火) 03:20:14.15 ID:TG+0vDuv0
――――――――――
――――――――
――――――
「으음……?」
「왠지 이상한 꿈을 꾼 것 같다구……하암~」
『시시시싯, 찾았다구!』
짤랑, 짤랑!
「시싯, 역시 내 『하베스트』. 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준다니 좋은 녀석이다구~」
「너희들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 거지?」
『시싯!』
『하베스트』와 『돈』. 이 두가지만은 나한테 정직하다구.
『돈』은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고, 『하베스트』는 그 돈을 가져와 준다구.
그러니까 나는 이것들만 있으면 돼.
……『이것들만 있으면 된다』?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든다구.
10 :2013/03/26(火) 03:22:20.02 ID:TG+0vDuv0
나는 뭘 원하는 걸까?
역시 나는 머리가 별로 좋지 않으니깐 모르겠어~
돈은 갖고 싶다구. 가득가득 갖고 싶다구?
하지만, 내가 틀림없이 가장 갖고 싶은 건一一
「어이, 죠스케! 저 나무뿌리 근처에 모여들고 있잖아~!」
「조심해 오쿠야스! 근처에 『본체』가 있어! 분명히!」
『시시시싯, 찾았다구!』
끝.
에어로스미스는 잊지 않는다
23 : 2013/03/27(水) 06:07:42.04 ID:DeO+ryLW0
「부훗……축하해, 그러니까…… 나란차 군이라고 했나, 자네는?」
「자네는 라이터 불을 끄지 않고 여기로 다시 가져오는 데 성공했어.
자네는 합격이야. 『조직』에의 입단을 인정한다.」
「넵!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드디어구나. 길었어.
나는 이제야 겨우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거야.
난 잊지 않아.
친한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어머니와 같이 눈병에 걸려
레스토랑의 쓰레기통을 뒤질 수 밖에 없었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에 질린 아이였던 나에게…….
자기가 먹으려고 했던 『스파게티』를 내밀어 준 일을.
『이거, 맛있다고.』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24 :2013/03/27(水) 06:08:39.91 ID:DeO+ryLW0
어느 화창한 날의 일.
나는 『조직』으로부터 『그 사람』의 팀에 들어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게 우연인지 뭐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나는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 사람처럼 되고 싶어!」
난 이제 더이상 평범한 꼬맹이 따위가 아니야.
「조직」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후에는, 신비한 힘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이 힘은 『그 사람과 그 동료들』을 위해 쓸 거야.
그런 생각들로 내 머리는 꽉 차 있었다.
「나란차」
「!」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그 사람』이 서 있었다.
25 :2013/03/27(水) 06:09:08.97 ID:DeO+ryLW0
「나란차, 너 『조직』에 들어갔다며?」
「응! 나, 역시 당신의……」
퍼어어어억!
엄청나게 아픈 『주먹』이 내 얼굴에 한방.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몰랐다. 코피도 콸콸 났다.
「빌어먹을 바보 녀석. 그리고……」
「이제부터 우리는 『동료』다. 잘 부탁한다, 나란차.」
그렇게 말하며 『그 사람』은 조금 슬픈 듯이 웃어 보이고,
후려맞아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줬다.
「……?」
내가 그 손을 다시 잡자 「그 사람」의 손이 조금씩,
확실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금이지만, 희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26 :2013/03/27(水) 06:10:51.86 ID:DeO+ryLW0
직감으로 알았어. 나.
아아, 이 사람은 나에게, 나 같은 빌어먹을 녀석에게,
「평범한 꼬맹이」로 남아있어 주길 바랬구나……라고 말야.
27 :2013/03/27(水) 06:12:24.75 ID:DeO+ryLW0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고 빵을 먹고 학교에 가고.
아직 졸린 눈을 비비며 지루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놀다가 점심 샌드위치를 먹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시끄러운 엄마 아빠의 호통을 뒤로하고 장난을 치다가,
그렇게 어두워질 때까지 놀다가 피곤해서 녹초가 되면 집에 가서,
『앗, 숙제 있었던 걸 잊어버리고 있었구나~』 하면서 저녁으로 파스타를 후루룩 먹고.
분명 『그 사람』은.
『부차라티』는 내가 그런 『평범한 꼬맹이』이길 바랐던 거야.
28 :2013/03/27(水) 06:12:50.85 ID:DeO+ryLW0
「나란차, 임무다.」
「임무!? 어떤 일이야, 부차라티ー!」
「피자를 사와라. 다섯 사람 몫이야. 돈은 거기 놓여져 있다.」
「부차라티, 그거 말야…… 임무가 아니라 심부름이잖아?」
「무슨 소리야, 이것도 중요한 일이다. 배가 고프면 힘을 낼 수 없으니까.」
「맞아요, 나란차. 부차라티가 지금까지 하나라도 틀린 말을 한 적이 있나요? 내 피자엔 페퍼로니 많이로 부탁합니다.」
「내 피자는 네 조각으로 자르지만 않으면 뭐든 상관없어. 아, 피스톨즈 몫도 잊지 말라고.」
「치즈랑 살라미. 트러플 들어가면 쳐죽인다. 페퍼는 블랙으로.」
「자, 잠깐 기다려엇~! 그렇게까지 말하면 기억 안난다고!」
「메모든 뭐든 적어놓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가!」
「어디 보자, 푸고의 피자가…… 음, 좋았어. 사올게!」
「어이! 나란차!」
「무슨 일입니까, 부차라티?」
「그 녀석, 자기가 쓴 메모를 놓고 갔잖아……」
「아……」
29 :2013/03/27(水) 06:15:00.56 ID:DeO+ryLW0
나는 『조직』에 들어간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부차라티에게는 미안하지만, 역시 나는 부차라티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물론 푸고와 미스타와 아바키오에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말이지, 내 안의 중요한 『뿌리』 부분에 말이야.
항상 너랑 그때의 『스파게티』가 남아있어.
부챠라티, 네가 나에게 내밀어준……『용기가 솟아나는 듯한 상냥함』이.
30 :2013/03/27(水) 06:15:52.24 ID:DeO+ryLW0
「앗!? 메모가 없어ーーー!!」
「어디선가 떨어뜨려 버린 건가!? 없어, 없어ー!」
「시끄럽다고, 나란차. 그래서, 무슨 피자를 주문할 게냐?」
「시끄러워ー! 지금 생각하고 있으니까 기다려봐!
그러니까……미스타는 네 조각으로 자른 페퍼로니 치즈……? 응?」
내 눈앞에 어디선가 본 듯한 더러운 『꼬맹이』가 있었다.
그 녀석은 잠시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갑자기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 동네 부랑아 같다.
「아아……그 아이는 최근에 이 근방에 나타나기 시작했지……」
「소문으로는 그 아이의 부모, 『마약』때문에 죽은 모양이야」
「!」
「받아줄 친척도 없으니까 가끔 저렇게 쓰레기 찾으러 오곤 하더라고.
불쌍해서 나도 가끔씩 피자 조각을 주곤 하지만.」
「흐ー음…… 아저씨, 이 피자 적당히 5인분만 줘.」
「매번 감사합니다ー」
31 :2013/03/27(水) 06:16:55.97 ID:DeO+ryLW0
「……부스럭, 부스럭」
『꼬마』는 쓰레기 속의 음식 부스러기를 허겁지겁 찾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마치 이 세상 모든 것에 절망한 듯한 낯짝을 하고서.
「이봐」
「그런 걸 먹어서 맛있냐?」
「……」
「괘, 괜찮다면 자… 이 피자 한판 줄게. 나, 돈은 많이 있으니까 괜찮아.」
「저는……」
32 :2013/03/27(水) 06:18:29.45 ID:DeO+ryLW0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고 있는 건가요?」
잠긴 목구멍에서 들리는 그 녀석의 목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울어버릴 뻔했다.
이런 일이 있어서 좋을 리가 없다.
이 『꼬맹이』는 어째서 이런 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이 『꼬맹이』에게는……『평범하게 살 권리』라는 것이 있을 것이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낮에 친구들과 놀고 밤에는 샤워를 하고 따뜻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아빠랑 엄마한테 혼나기도 하고 서로 웃기도 하면서.
「……『불쌍하다』라던가, 그런 게 아니야.」
부차라티. 나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게 뭔지는 말로 잘 설명하기가 힘들지만.
「괜찮으니까, 먹으라고 피자! 부족하면 이거 전부 먹어!」
「우왓……저, 저기……!」
「『저기』라느니 『그래도』 라느니 시끄럽네!」
33 :2013/03/27(水) 06:19:09.73 ID:DeO+ryLW0
「이게 훨씬 더, 맛있잖아?」
끝.
실수투성이의 배드 컴퍼니
44 : 2013/03/29(金) 04:09:31.76 ID:FmX0ev+K0
이 자식은 말이야, 무슨 짓을 해도 죽질 않아.
빌어먹을 머리통을 찌부러뜨리든, 벽에 갈겨버리든, 심장 한복판을 총으로 쏴버리든 말든.
쳇, 볼품없는 꼴을 하고 말이야.
네놈의 그 초점없는 멍한 눈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해버린 나 자신에게도 분노가 치솟아.
만약 이 세상에 『하느님』이라는 것이 있다면 물어보고 싶군.
알려줘.
왜 이녀석은.
이 제대로 말할 수도 없고, 그냥 살아 있기만 한 고깃덩어리가.
나의 『아버지』 인 거냐?
45 :2013/03/29(金) 04:10:12.17 ID:FmX0ev+K0
어이, 몇 번이나 말했잖아.
상자 안에 있는 걸 흩뜨리지 말란 말야.
듣고 있는 거냐? 애초에 내 말을 알아듣고 있긴 한 거냐? 어엉?
「뭐든 좋으니까 말해보라고!」
『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미친듯이 상자를 뒤집고 안에 있는 잡동사니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그만해.
그런 나사빠진 애새끼 같은 짓은 좀 그만두라고.
그만두라고 했잖아!
빠아악!
싫은 감각이다.
내 주먹이 『아버지』의 물렁물렁한 살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
분명 이 자식은 아픔 따윈 느끼지 않겠지.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46 :2013/03/29(金) 04:12:18.55 ID:FmX0ev+K0
인간이라는 건 말야, 이런 몰골이 돼버려도 살아있다고 말할수 있는 거냐?
적어도 『사람』으로서의 『아버지』 의 인생은 벌써 끝난 거 아닌가……?
만약에, 끝났다고 하면.
이 녀석에게 묶여 있는 나의 인생은 언제쯤 시작되는 거지?
「……」
문득, 시선을 『아버지』의 손으로 옮겼다.
뭐지?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잖아.
나는 그 『무언가』를 『아버지』의 손에서 억지로 낚아챘다.
해봤자 보잘것없는 장난감인가 뭔가겠지. 애지중지 부여잡고 있고 말야.
「이건……」
47 :2013/03/29(金) 04:13:29.29 ID:FmX0ev+K0
『아버지』가 움켜쥐고 있던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우리 『가족』의 사진.
찍혀 있는 것은, 아직 인간이었던 무렵의 아버지와 미인인 어머니.
그 아래에는 즐겁게 웃고 있는 나와 동생인 오쿠야스의 모습이 있었다.
「……케, 케」
신음소리인지 울음소리인지 분간할 수도 없는 『아버지』의 목소리.
「케……이……초…… 케……」
희미하게 들린,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확실하게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르잖아.
「……케……케이……아」
내 눈 앞은 ―― 새까매졌다.
48 :2013/03/29(金) 04:14:13.67 ID:FmX0ev+K0
여기는……어디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앞도 뒤도 없어. 오른쪽도 왼쪽도 없다. 위도 아래도……없다.
모든 게 『암흑』이다.
「풉…… 크큭…… 크크크크큭……!」
아, 그랬었지. 생각났다고.
나는 이미 오래 전에 『죽어』 버렸었지, 참.
웃음거리도 안 될 정도로 어처구니없다.
인생의 시작이고 뭐고 없었다. 시작하기 전부터 내 인생은 끝났으니까.
그렇담 여기는 『지옥』이란 놈인가?
그거야 그렇겠지.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활과 화살』을 사용해 죽여 왔다.
사후세계라는 것이 있다면 난 틀림없이 지옥행이겠지.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짓을 해 왔으니까.
49 :2013/03/29(金) 04:14:53.25 ID:FmX0ev+K0
쓰잘데기 없는 인생이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않았나.
나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소중한 가족을 『구하는』 일도.
옛날에 오쿠야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형이 하는 말은 말야, 절~대로 틀린 적이 없으니까~~~』
그게 아니야, 오쿠야스.
나는 틀리지 않는 게 아니야. 실수가 없도록 해온 것뿐이야.
스스로가 택한 것은 모두 옳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확신』을 원했어.
50 :2013/03/29(金) 04:15:47.56 ID:FmX0ev+K0
그런데, 지금은 좀 자신이 없군.
그 때 내가 하고 있었던 일은……내가 해 온 일은 정말로 옳았던 것인지.
이봐, 가르쳐줘.
나는 어떻게 했으면 좋았던 걸까. 아버지. 오쿠야스.
「……이미 늦은 건가.」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을 해봤자 다 헛된 일일 뿐이다.
분명 나는 이 어둠 속을 영원히 방황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받아야 할 벌이다.
「형」
51 :2013/03/29(金) 04:17:04.69 ID:FmX0ev+K0
누구냐? 이런 데서 나를 부르는 건.
아니, 한 명밖에 없다. 나를 『형』이라고 부르는 건.
내 이름을 부른 그 녀석은, 마치 미아가 된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것처럼, 불안해서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떻게 된 거야. 너 따위가 이런 데 오는 건 너무 빠른 거 아니냐고.
「어딜 가는 거냐. 오쿠야스.」
내가 말을 걸자, 그 녀석은 이내 기쁜 표정을 지었다.
「형…」
「형을 따라갈 거야.」
『따라간다』, 라.
돌이켜보면 넌 항상 그랬었지.
뭘 할 때도 항상 『형』『형』.
매사를 결정할 때는 언제나 나에게 의지했었다.
52 :2013/03/29(金) 04:18:16.56 ID:FmX0ev+K0
그게 싫었던 건 아니야.
오히려, 내 말을 잘 듣는 넌 내 최고의 『말』이었다.
……『이었던』 거야.
그치만, 이제는 아니잖냐? 오쿠야스.
나는 이제 없다. 네가 의지할 수 있는 『형』은 말이야.
그럼 네 옆에 있는 건 누구냐?
너의 뒤에 있는 그 녀석들은 누구냐?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라 오쿠야스.
정신 차려. 그 모자란 머리통에 기합 넣으란 말이다.
「네가 결정해라.」
선택한 길이 틀려도 상관없어.
살아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넌 아직 살아있잖아?
살아 있다면――
53 :2013/03/29(金) 04:19:15.39 ID:FmX0ev+K0
「오쿠야스. 행선지를 정하는 건 너다.」
끝.
헤븐즈 도어는 보지 못한 척
71 :2013/04/01(月) 05:12:45.18 ID:2FB0APaH0
난 너를 잊었다.
계속 무서웠던 거야. 그날 일은 분명 꿈이었을 거라고.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도 머리 한구석에 내버려뒀지.
그렇게 하는 동안, 어느덧 기억 속의 『너』라는 존재는 먼지를 뒤집어쓰고 내 안에서 없었던 것이 되어 버렸다.
흠. 제멋대로구나, 나는.
너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는데도.
72:2013/04/01(月) 05:14:34.02 ID:2FB0APaH0
M현 S시 모리오초에……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절.
오늘 나는 일을 뒤로하고 짬을 내서 그 절 옆에 있는 쓸쓸한 묘지에 와 있다.
뭐, 방금 내가 『쓸쓸한』 묘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몹시』 쓸쓸한 장소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청소나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게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녀석들이 잠들기엔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할 수 있겠지.
……아니, 실제로 『존재한다』인가. 무엇보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봤으니까 말이야.
「이건가요? 로한 선생님. 레이미 양의 『무덤』이라는 것이.」
「그래. 거기에 큼직큼직하게 써져 있는 거 보이잖아. 『스기모토 가의 무덤』이라고.」
일행이 있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군. 그의 이름은 『히로세 코이치』.
최근에 내가 만화를 좀처럼 싣지 않는다고 해서 일부러 우리 집에까지 시비를 걸러 온 것 같다.
땡땡이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왠지 그릴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뿐이다.
뭐, 이런 일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지만.
어쨌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내가 『이제부터 스기모토 레이미의 성묘를 간다』 라고 말했더니,
코이치 군은 묘하게 납득한 얼굴을 하고는 『저도 따라갈게요』 라고 말해서 지금에 이른다.
왠지 간파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73:2013/04/01(月) 05:15:23.97 ID:2FB0APaH0
「어라, 이 성냥불이 안 켜지네. 로한 선생님, 라이터 같은 거 있으세요?」
불안한 손놀림으로 코이치 군이 향과 꽃,
그리고 『이거, 제가 엄청 좋아하는 음식이니까요~』라고 말하며 길에서 산 만두를 무덤에 놓고 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이런 공물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멋대로 가져다가 먹지는 않는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동물이 튀어나와서 공물을 먹어치운다는 이야기도 나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동물들도 자연스럽게 『그런 종류의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생각을 하며 코이치 군에게 주머니에 들어있던 라이터를 건네준다.
이번엔 제대로 불을 붙인 모양이군.
「공물에 만두라니, 너무 싸구려였으려나요...
로한 선생님은 레이미 양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던가, 뭔가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기억에 없어. 딱히 상관없지 않아? 여자애들은 보통 단 것을 좋아하니까.」
그래,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유령으로서의 그녀』 뿐이다.
74:2013/04/01(月) 05:16:10.09 ID:2FB0APaH0
「그게…… 이 만두, 『부추만두』 예요~~~. 짭짤하고 맛있지만요.」
왜 그런 물건을 공물로 초이스했나 코이치군.
「유령이 진짜로 먹는 건 아니잖아?」
『그것도 그렇네요.』라고 말하며, 코이치 군은 만두를 다시 무덤에 바친다.
그리고 나와 코이치 군은, 뭐 평범하게 형식적으로 『그녀』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내 뺨에 물방울이 툭 떨어졌다.
눈을 부릅뜨고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흐린 하늘이 있다. 아무래도 비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다.
「여자아이…」
코이치 군마저 띄엄띄엄 말을 흘린다.
나는 물에 젖고 싶지도 않고,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75:2013/04/01(月) 05:17:12.68 ID:2FB0APaH0
「여자『아이』…… 였지요. 레이미 양은.」
「여기, 묘지에 『레이미 16세』라고…」
코이치 군이 가리킨 것은 스기모토 가의 묘지.
그 집안의 누가 언제 죽었는지 새겨져 있는 비석이다.
확실히 묘비에는 『1973년 8월 13일 장녀 레이미 16세』라고 새겨져 있다.
76:2013/04/01(月) 05:17:49.31 ID:2FB0APaH0
「여기 와서 새삼 느낀 거지만……역시 너무해요.
우리랑 거의 비슷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살해당하고 말았다니.」
「그로부터 15년이예요. 15년 동안, 줄곧 혼자 그 오솔길에서 우리 같은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까요.」
「내가 알겠냐. 유령의 기분 따위.」
「유령의 마음이 아니예요. 레이미 양의 마음이예요.
로한 선생님은 레이미양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퉁명스러운 거냐구요……」
『그녀』는……『스기모토 레이미』는 내가 옛날에 알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었던 것 같다』는 것은 제가 당시의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해서
그때 일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살짝 들은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그렇잖아?
자신의 어린 시절 따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단편적인 것들뿐.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잊어버리고 만 것들은.
77 :2013/04/01(月) 05:19:25.64 ID:2FB0APaH0
후둑……후두둑……
「우왓, 비가 오기 시작했어! 만두가 젖어 버렸잖아…… 아까우니까 가지고 돌아갈까요?」
코이치 군이 만두를 가지고 왔던 봉지에 도로 집어넣고 있다.
내 예상으로는 곧 코이치 군의 위장으로 직행할 것 같군.
「돌아가자, 코이치 군.」
나는 코이치 군을 한번 흘낏 보고, 여기까지 타고 왔던 차를 향해 돌아갔다.
「앗! 기다려 주세요~!」
78:2013/04/01(月) 05:22:37.58 ID:2FB0APaH0
차에 키를 꽂고 시동을 건다.
와이퍼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경치는 안개마저 끼기 시작했다.
「이상하네… 일기예보에서 『이번주는 건조한 날씨』라고 했는데」
「……」
중얼대면서 황급히 조수석에 올라타려는 코이치 군을 뒤로한 채,
나는 돌아서서 한 번만 더 『그녀』의 무덤을 보았다.
79:2013/04/01(月) 05:23:52.36 ID:2FB0APaH0
지금 생각하면, 왜 돌아봤는지는 모르겠다.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왠지 모르게 뒤돌아본 것이 아니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거야.
「……!」
8:2013/04/01(月) 05:24:20.87 ID:2FB0APaH0
『로한 쨩.』
81:2013/04/01(月) 05:25:09.37 ID:2FB0APaH0
아마, 그때의 나는 옆에서 봤을 때 어딘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나중에 코이치 군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코이치 군은 몇 번이고 나에게 『로한 선생님』이라고 호소했는데도 무반응이었다는 모양이다.
단지 한 점, 『스기모토 레이미』의 무덤만을 응시하며.
「아무것도 아니야. 돌아가자」
5분은 넘게 지났을까.
나는 흠뻑 젖은 채로 이제야 생각난 듯 코이치 군에게 그렇게 말했다.
82 :2013/04/01(月) 05:28:03.22 ID:2FB0APaH0
「……어떻게 된 거예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잖아.」
「앗!!!」
코이치 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깜짝 놀랐다고. 코이치 군이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혹시 로한 선생님……좋지 않은 것이라도 『봐버렸다』는 건가요?」
코이치 군이 무서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유령은 실재한다는 거, 얼마전 우리들이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그렇게 된 후로 왠지 그, 심령현상이라던가 그런 건 더 이상 바보 취급할 수 없어져서. 아하하……」
심령현상인가.
진부한 말이지만, 확실히 『방금 것』 은 그거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건 아니군. 절대 아니야. 딱 잘라 말할 수 있다.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
내가 알겠냐.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그런 것이다.
83:2013/04/01(月) 05:30:45.66 ID:2FB0APaH0
「보인 게 아니야.」
「?」
「생각나버린 것뿐이야.」
쏟아지는 비와 구름 낀 하늘 저편에는 어렴풋이 태양이 비치고 있었다.
끝.
84 :2013/04/01(月) 05:38:06.85 ID:P3gygszXo
수고하셨습니다
85:2013/04/01(月) 08:11:13.10 ID:kR3DavTRO
수고했어
로한 선생님의 이런 이야기 읽고 싶었어서 기쁘다. 감사
89 :2013/04/03(水) 22:52:20.54 ID:KoTXA/F20
<허밋 퍼플은 알고 있다> 도 읽어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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